<2화>

“내 이름은 말이지......”

“....................”

나는 지금 식탁에 앉아서 꼬맹이를 바라고 있다. 나는 마주보게 앉은 후에 꼬맹이가 이름을 말할 때까지 기다렸다. 그러나 꼬맹이는 이름을 말하는 것에 뜸을 드렸다.

“....................”

“....................”

나는 갑자기 느껴지는 압박감에 긴장을 했다. 양손에 주먹을 쥐고 초조하게 기다렸다.

“....................”

“.....................”

하지만, 꼬맹이는 말은 하지 않고 히죽 히죽 웃고만 있었다. 기다리다 못 한 내가 벌떡 일어나면서 손바닥으로 식탁을 치며 말했다.

“....언제 말해줄 거야?! 기다리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고!!”

“아하하... 미안, 내가 말하기를 기다리기만 하고 있는 너의 표정이 너무 재미있어서 말하는 것을 잊고 있었네.”

꼬맹이는 자신의 머리를 가볍게 치면서 ‘아하하하’라고 말하면서 웃었다. 하지만 나는 화가 나기 시작했다.

‘으으... 내가 이런 꼬맹이를 상대로 뭐하고 있는 거람. 냉큼 쫓아내야겠다.’

그렇게 결심을 하고 ‘그냥 나가!’라고 말하려던 순간, 꼬맹이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무언가를 말했다.

“사쿠라.”

“.......응?”

“사쿠라. 내 이름.”

자신의 이름을 ‘사쿠라’라고 말한 존재는 나를 보며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뭐가 그렇게 웃긴 걸까.

“그게 니 이름이라고?”

“응. 요시노 사쿠라. 그게 내 이름이야.”

“‘요시노 사쿠라’라.....”

요시노 사쿠라는 웃으면서 나에게 손을 내밀어왔다.

“잘 부탁해. ‘아사쿠라 세이토’군.”

“아...응...”

얼떨결에 나도 손을 내밀어 악수를 했다. 손을 놓을 때까지 계속해서 그녀는 웃고 있었다. 아무래도 웃는 것을 좋아하나보다. 나는 일단 지금 이 상황을 머릿속으로 정리하기로 했다.

‘일단 이름은 알아냈고, 이제 여기에 온 목적을 알아내야겠군. 뭐랄까... 범죄자와 취조자의 관계인 것 같은데?’

잡생각은 그만하고 요시노 사쿠라에게 말을 하려고 한 순간, 그녀가 먼저 나에게 말해왔다.

“내가 여기에 온 목적을 알고 싶겠지? 아사쿠라 세이토군?”

“뭐.... 그거야 그렇지만.... 어째서 그걸?”

“아까 말했지? 난 너에 대한 것은 다 알고 있다고.”

그녀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 무슨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독심술사라도 되는 거......어? 잠깐, 그러고 보니...”

순간 나는 한 가지가 떠올라서 말을 잠시 멈추었다. 아까 전에 있었던 대화의 내용들 중에서 마음에 걸리던 것이 하나가 있었다. 그건...

“......응??”

“분명히 아까 나보다 나이가 많다고 하지 않았었나...”

나는 아까 그녀가 나보고 ‘이래보여도 난 너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니깐.’라고 말했던 것을 기억해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응. 내가 너보다 나이가 많아. 그러니깐 ‘꼬맹이’라고 부르는 건 그만 두었으면 좋겠는데.”

“...증거는?”

“음... 아쉽게도...”

“뭐.... 당연하다고 생각했었지만.”

사실 증거가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냥 확인 차 물어봤던 것뿐이다. 중요한 것은 과정이 아니라, 바로 결과다.

“...방금까지 반말을 해서 죄송합니다.”

나는 고개 숙여 사과했다. 고개를 들어보니 그녀는 조금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의왼데? 이렇게 순순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줄이야.”

나는 조금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당연하잖아요. 잘못은 잘못이니. 잘못을 인정할 수 있을 때 인정하지 않으면, 나중에 서로 불편하게 될 테니까요.”

내 말에 그녀는 약간 능글거리며 말했다.

“헤에... 생각했던 것보다 예의바른 사람이었잖아?”

“최소한의 매너라고 생각합니다만.”

“..................”

“...................”

“아하하~ 생각보다 재미있는 아이였잖아~?”

그녀는 오른손으로 나를 가리키면서 왼손으론 배를 잡고 웃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씁쓸하게 웃고만 있었다.

“그렇게 웃긴가요? 제 생각엔 웃긴 건 아무것도 없는데요.”

그러자 그녀는 곧바로 ‘체엣~’이라고 말하면서 약간 볼을 부풀리며 말했다.

“너는 ‘농담’이란 걸 모르는 구나~? 재미없게.”

“농담도 할 때가 있고 안 할 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어쨌든, 여기에 온 목적을 알려주실래요? 요시노씨.”

“사쿠라.”

“네?”

“‘사쿠라’로 불러. 난 그게 편하니깐.”

“그렇지만....”

“본인이 그렇게 부르라고 했잖아. 시키는 대로 해.”

그녀는 검지로 내 이마를 탁 치면서 말했다. 나는 손으로 이마를 문지르면서 멍하니 그녀를 바라봤다.

‘거참...막무가내인 사람이군. 할 수 없지, 그냥 시키는 대로 하는 게 나도 편하겠지 뭐.’

나는 가볍게 한숨을 쉬고 난 후, 다시 말했다.

“이제 슬슬 여기에 오신 목적을 말해주지 않으실래요? 이제 새벽 4시거든요?”

“그럼 이제 자야할 시간 아냐? 아니지, 자고 있어야 하는 거 아냐?”

“못 자게 한 사람이 누구더라.”

“아하하~ 넌 젊으니깐 하루 이틀정돈 안자도 문제없어~”

라고 말하며 넘어가시는 사쿠라씨. 난 거기에 또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그런 나를 보던 사쿠라씨가 ‘쯧쯧’거리시며 말하셨다.

“왜 그렇게 한숨을 자주 쉬는 거야? 그다지 좋은 습관 아니니깐 고치는 게 좋을 거야.”

“서론이 너무 길어서 그렇잖아요. 이래가지곤 며칠이 걸려도 본론에 들어가지 못 할 거 에요.”

“아.. 역시 너무 질질 끌었나...?”

장난치는 아이처럼 혓바닥을 살짝 내보이시는 사쿠라씨의 모습에 나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곧 사쿠라씨는 헛기침을 몇 번 하더니, 조금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하셨다.

“일단 앉아서 이야기하지. 계속 서서 이야기 하는 건 좀 그렇잖아?”

“그러네요.”

나와 사쿠라씨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기 전에 나는 접시에 과자를 채웠고, 우유도 다시 가져왔다.

“자, 그럼 본론으로 넘어가볼까?”

“이제야 본론이군요...”

“거기, 쓸 때 없는 잡담은 하지 마.”

“죄...죄송합니다.”

“흠흠....”

사쿠라씨는 다시 헛기침을 하시더니, 가벼운 미소와 함께 말을 시작하셨다.

“나는 지금까지 ‘어떤 사람’을 찾고 있었어. 그 사람을 찾기 위해서 지금 여행을 하고 있었던 거고.”

“‘어떤 사람’이라니,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주실 수는 없나요?”

“아쉽게도 그건 알려줄 수 없어.”

“그거 참 아쉽네요.”

사쿠라씨는 과자를 하나 집어서 먹었다. 입이 심심하길래 나도 과자를 하나 집어서 먹었다.

“어쨌든, 이 나라 저 나라를 떠돌면서 계속해서 찾고 있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가 않는 거야.”

“그 ‘어떤 사람’을 찾으려고 여행을 시작하신지 얼마나 되셨죠?”

“어디보자.....”

사쿠라씨는 자신의 볼에 손가락을 대더니 잠시 생각을 하시더니, 주먹으로 손바닥을 탁 친 후에 말하셨다.

“오늘로 5년째인가?”

“꽤나 오랫동안 여행하셨네요.. 힘들지는 않으셨어요?”

“뭐... 목적 없는 여행이 아니니깐. 그 ‘어떤 사람’을 찾을 생각만 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지냈어.”

“5년 동안 하나의 목적을 위해서 여행하는 것은 참 힘든 일인데, 여행이 재미있으셨다니 그거 참 다행이네요.”

나의 말에 사쿠라씨는 조금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하셨다.

“어라, 나 걱정해주는 거야? 헤에~ 생각보다 마음씨가 곱잖아?”

“매너용 멘트죠.”

“.....................”

“......................”

순간 부엌이 조용해졌다. 거실에 있는 아날로그시계의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와 밖에서 나는 고양이 소리가 들려올 뿐이었다.

“저기... 사쿠라씨?”

“나 삐졌어.”

“...에?”

사쿠라씨는 화난 표정을 짓고 계셨다. 당황한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는데, 사쿠라씨는 여전히 화가 난 모습 그대로 나에게 소리치셨다.

“삐졌어!! 뭐야 그게!! ‘매너용 멘트죠.’라니!!”

“아니, 그게....”

“아무리 그 말이 사실이라도 이럴 때는 그런 말을 하면 안 되지!! 왜 분위기 파악을 그렇게 못 해!!”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뭐.. 제가 좀 둔하긴 둔하죠.”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그럼 뭔데요?! 전 잘못 한 게 하나도 없어요!!’

마음속으로만 외쳤다. 순간적으로 ‘이 말은 하면 안 된다!’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저 말을 했다면, 사쿠라씨한테 무슨 말을 들을지 생각 하는 것만으로도 무서웠다.

“그럼 저보고 어쩌란 말이에요?”

“이제부턴 가만히 듣기만 해.”

“우와... 그건 너무 하잖아요..”

“자업자득.”

사쿠라씨는 자신의 양손으로 팔짱을 낀 후 고개를 돌리면서 말하셨다. 이젠 나는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말을 듣고만 있어야 했다. 나는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하아... 알겠습니다. 듣고만 있을게요.”

“그 버릇, 고치라고 했지?”

“그렇게 쉽게 고쳐지는 게 아니잖아요. 몇 분 만에 고쳐지는 건 습관이라고 안 하잖아요.”

“말대답 하지 마. 듣고만 있으라고 했어.”

‘어쩌란 거야...’

“자, 그럼 여기서 결론.”

‘갑자기 결론입니까?!’

“나를 따라와.”

“......예?”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안 된다.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나를 따라와 달라고. 너에게 보여주고 싶은 세상이 있어.”

그날, 나는 들었다.

그리고 그날, 나는 갔다.

그리고 그날, 나는 보게 되었다.

나의 인생을 뒤바꾸어줄 세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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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바가 약간 고장나서 띄어쓰는 것이 좀 힘들다는. (.....)

-세이토-
Posted by 세이토 절반 슈발리에 드 히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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