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자, 여기.”

“이거 미안한데. 초면인데 얻어먹기만 하고.”

“괜찮아. 나중에 이자까지 쳐서 받아갈 테니 각오 단단히 하는 게 좋을 거야.”

장난스럽게 웃어 보이며 나에게 초코바나나란 음식을 건네고 있는 미소녀의 이름은 시라카와 코토리. 10분 전에 사쿠라 공원의 수많은 벚꽃나무들 중 한 그루의 밑에서 만난 소녀다.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게 사실이다.

그녀는 곧 내가 생활하게 될 ‘카자미 학원 부속 중학교’의 3학년생이다. 나도 3학년으로 그곳에서 생활하게 될 테니, 결국은 동급생이란 말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말을 놓게 되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어쩔 수 없이’ 같은 나이로 취급받게 되는 거지만. 아직도 왜 대학생인 내가 중학생으로서 생활해야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사쿠라 씨의 생각을 좀처럼 읽을 수가 없으니.

그건 둘째 치고, 사실 그녀는 평범한 여학생이 아니다!

...아니, 뭐 어떤 나라 보스의 자식 같은 대단한 건 아니고.

아름다운 외모에 천천히, 그리고 또박또박 말하는 말투. 그녀 자신을 모르겠지만 여러 남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 같은 미소. 여러 면을 따져봤을 때, 그녀를 여신이라고 불러도 과장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사람과 평생 인연이 없을 것 같은 내가 지금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은 다 신의 도움이다...........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매일 거기서 노래 연습을 하는 거야?”

“그건 아니고... 가끔 기분전환을 하고 싶을 때 들려.”

“지나가는 사람들이 들을 거란 생각은 안 해봤어?”

“음..................”

나의 질문에 그녀는 곰곰이 생각하는 것 같더니, 머리를 가볍게 치면서 그녀 특유의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없는데?”

“낙천적인건지, 무신경한 건지...”

나는 알다가도 모를 그녀를 보며 어깨를 들썩였다. 그리고 계속해서 초코바나나를 먹었다. 초코바나나라는 건 막대에 바나나를 꽂고 초콜릿을 바나나에 바른 음식인데, 생전 처음 먹어보는 거라 불안 반 기대 반으로 먹어나갔다.

“흐음......”

바나나에 발라진 초콜릿이 달콤한 맛을 느끼게 하면서 바나나의 맛을 한층 더 강조했다. 한마디로 말하면 맛있다.

원래 나는 초콜릿과 바나나를 싫어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조합은 나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사실은 구입해서 먹어볼까 했는데, 돈이 없었기 때문에 패스했었다.

애초에 내가 살던 세계에서의 화폐와 같은 화폐를 쓴다고 하는데 어째서 내가 여기로 오기 전에 돈을 챙기는 걸 사쿠라 씨는 막으셨던 걸까. 이것도 역시 이해할 수 없다.

“어때? 맛있지?”

벌써 자신의 것을 다 먹은 그녀가 나를 보면서 말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확실히. 초콜릿과 바나나를 모두 싫어하는 내 마음에 들 정도의 물건이라면 충분히 히트를 칠 수 있겠어.”

그녀와 만난 뒤, 잠시 이야기를 하자고 하는 그녀의 말에 우리는 비어있는 공원 벤치에 가서 앉았다. 잠시 이야기를 하다가 그녀는 입이 심심하다는 이유로 초코바나나를 사왔다. 돈이 없는 내 몫까지.

처음엔 사양했지만 ‘이럴 때는 그냥 순순히 받는 게 예의야.’라는 그녀의 말에 ‘다음에 이자까지 쳐서 갚는다.’라는 조건으로 초코바나나를 받기로 했다.

“그래서?”

“응? 뭐가?”

초코바나나를 먹고 있는 나를 보고 있던 그녀의 말에 나는 반응을 보이긴 했지만, 그녀의 말을 뜻을 알 수 없었다.

“안 듣고 있었던 거야? 사쿠라이 군은 하츠네 섬에 오기 전엔 뭘 하고 지냈냐고 물어봤었잖아.”

“아아. 그랬었지....”

초코바나나를 먹기 전에, 나와 그녀는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먼저 그녀에 대해서 들었는데, 특별한 건 없지만 학원 내에서 유명하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 뒤로 그녀가 나에 대해서 물었는데, 초코바나나 때문에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이다.

“글쎄... 평범한 학생이었지.”

“특기도 취미도 없는, 타인과 잘 안 섞이려고 하는, 그런 세상 물정 모르는 학생이었어.”

“흐음.... 그래? 즐거운 추억 같은 건 없어?”

그녀의 말을 듣고 나는 곰곰이 생각해봤다. 곧 한 가지 추억이 떠올라서 나는 입을 열었다.

“어릴 때 학교에서 수업도중에 바지에 실례를 한 기억이라면 있는데.”

“....................”

“.....................”

갑자기 우리 둘 사이엔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동안 초코바나나를 다 먹었고 나는 그녀를 보았다. 잘 모르겠지만 그녀는 약간 화가 난 것 같아 보였다.

“왜 그래?”

“사쿠라이 군은 여성을 대하는 태도나 매너가 많이 부족한 것 같아.”

“.......응?”

나는 무슨 말인지 이해를 하지 못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그녀는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여성을 앞에 두고 ‘어렸을 때 바지에 실례를 했던 적이 있어.’라고 말하는 건 좀 이상하다고 생각되지 않아?”

“.........그렇군. 내 생각이 좀 짧았어. 미안해.”

그제야 나는 스스로의 잘못을 깨닫고 그녀에게 사과했다. 아직 화가 덜 풀렸는지, 그녀는 나에게 충고를 해줬다.

“다음부터는 상황에 맞는 말을 하게 노력해. 알겠지?”

“뭐.......내가 기억하고 있다면.”

“‘기억하고 있다면’이 아니라 기억하는 거야!”

“...노력은 해볼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 화가 덜 풀린 것 같다.

“설마 아직도 화가 안 풀린 건 아니겠지? 사소한 걸 너무 신경 쓰면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문제야.”

“사쿠라이 군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뭐, 사소한 건 가볍게 넘어가는 게 예의란 거지.”

“.....................”

그녀의 온화하면서 날카로운 눈빛을 견디지 못한 나는 재빠르게 주제를 전환하기로 했다.

“그나저나, 앞으로 뭐 일정이라도 있어?”

“일정?”

“응. 시간이 여유롭다면 섬 안내를 해줬으면 해서 말이지.”

“음.....”

그녀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대답해줬다.

“미안. 친구들이랑 약속이 있거든.”

“그래? 아쉽군. 모처럼 미소녀한테서 섬 안내를 받을 수 있을까 했더니.”

그녀는 손바닥을 모으며 나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미안. 다음엔 꼭 안내해줄게.”

“아니, 원래 난 혼자서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니깐. 신경 쓰지 마.”

“그럼 약속시간이 다 되어가니까 오늘은 여기서 그만.”

“그래. 인연이 있다면 또 볼 수 있겠지.”

“....어차피 같은 학교잖아.”

그녀에 말에 나는 고개를 저어보이며 말했다.

“같은 학교라고 꼭 만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어.”

“분명히 그 말도 맞긴 한데, 찾으려고 하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잖아.”

“훗. 그게 그렇게 쉽게 될까?”

“우.... 지금 날 무시하는 거야?”

볼을 약간 부풀리며 화를 내는 그녀의 모습이 재미있어서 나는 조금 더 그녀를 놀려보기로 했다.

“뭐, 내가 보기엔 너는 많이 힘들 것 같네.”

“그렇게 계속 나를 무시한단 말이지?”

“.........음?”

그녀의 반응을 보며 마음속으로 가볍게 웃고 있는 나에게 그녀는 손가락을 가리키며 말했다.

“좋아. 그럼 내기하자. 입학식 이후 3일 내로 네가 속해있는 반은 찾아내주겠어.”

“내기라... 재미있겠네. 그럼 좀 더 룰을 정해볼까?”

갑작스럽게 생긴 내기지만, 흥미가 생겼기 때문에 나는 그녀의 내기에 응했다.

“일단 승리조건부터 정해볼까?”

“내 승리조건은 입학식 다음 날부터 카운트해서 3일 내로 네가 속해있는 반을 찾는 것.”

“그럼 내 승리조건은 3일 동안 발견되지 않는다는 거군.”

“조퇴, 결석은 바로 패배로 인정하겠어?”

“입학식 뒤로 바로 조퇴나 결석하는 인간은 큰 병을 가진 녀석 말곤 없어. 그건 걱정 마.”

계속해서 우리 둘은 내기를 구체화했다.

“승리조건은 그걸로 됐고, 내기에 이긴 사람에겐 역시 뭔가 상품이 있어야겠지?”

“음.... 뭐가 좋을까......”

“귀찮은데 그냥 ‘이긴 사람의 소원 하나 들어주기.’로 하자.”

“응. 나쁘지 않네. 그걸로 하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입학식이 기대되는 걸?”

“나도. 꼭 이겨주겠어.”

그녀의 눈에는 승리를 갈망하는 눈빛이 조금 보였다.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뭐, 열심히 해봐. 그럼 난 이만 간다. 다음에 보자.”

나는 가볍게 손을 흔들고 사쿠라 공원을 빠져나왔다.

‘조금 귀찮긴 하지만.... 여흥거리론 충분하겠군.'

그렇게 나는 시라카와 코토리라는 미소녀와 이상한 내기를 하게 되었다.

그녀가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깨닫지 못 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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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짧은 듯?!

하지만 아무래도 상관없.

-세이토-
Posted by 세이토 절반 슈발리에 드 히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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