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夢 ~ 꿈이란 세상 속에서.] -14화-
<14화>
(드르륵)
시원스럽게 열리는 그 모습을 보면서 눈을 살며시 감으며 가슴속으로 눈물을 흘렸다.
‘내가 고작 이거 하나 보자고 그 고생을 한 거냐....’
이젠 무슨 일이 일어나도 놀랄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시도 때도 없이 해프닝이 일어나니 정신적으로 너무 지칠 것만 같다.
‘수업 시간엔 잠을 좀 자야겠어. 그렇지 않으면 내 정신력이 못 버틸 것 같다...’
라며 눈을 떴는데....
“..............”
“...............”
모든 이의 시선이 이쪽을 향하고 있었다. 단순히 문을 바라보는 것일 수도 있고, 내 뒤에 누군가 서 있어 그 사람을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방금 있었던 덜커덩 사건으로 보아, 아무래도 내가 이 상황의 주인공인 것 같다.
‘아....시선이 따갑다....’
들어가지도 나가지도 못 하는 상황에서 나는 간신히 눈을 굴려 교실을 살폈다. 처음 보는 나를 신기해하는 사람도 있고, 별로 반기지 않는 표정도 보였다. 특히 남학생들 사이에서 나를 싫어하는 눈치가 잘 느껴졌다.
‘나에게 있어서 안식처는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라며 한숨을 쉬던 그 때
“아! 사쿠라이 군이다!”
갑자기 들어 본 적이 있는 목소리가 들렸다. 익숙한 그 목시리의 주인공을 찾기 위해 고개를 돌리니....
“으엑?!”
“‘으엑?!’이라니. 너무하잖아......”
한 번 만난 것도 평생의 자랑거리가 되는..............은 너무 심했고, 어쨌든 보기 드문 미소녀인 시라카와 코토리가 창가 맨 끝자리에 앉아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너.....나랑 같은 반이었어?!”
손을 흔들던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 쪽으로 다가왔다. 하루 동안 못 봤지만, 여전히 그녀는 아름다웠다.
“여......여어.”
“‘여어.’가 아니잖아? 어제는 왜 안 나온 거야?”
“응?! 어떻게 네가 그걸 알고 있어?!”
깜짝 놀라는 나를 보며 그녀는 가볍게 한숨을 쉬더니 대답했다.
“어제는 전체 조회가 있었어. 학원장이 특별히 전교생 앞에서 소개하고 싶었던 것 같던데 네가 없어서 정말이지 난리도 아니었어.”
“.....무슨 생각인 거야 그 사람은.”
그녀에게서 들은 말에 의하면, 사쿠라 씨는 당시 내가 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조회 중이라는 것도 잊은 채 화를 냈다고 한다. 만약 어제 내가 결석을 하지 않았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일이 있었을 것 같아, 무단결석을 한 것을 스스로에게 고마워했다.
“어쨌든, 어제 사쿠라이 군이 오지 않았으니 내기는 내가 이긴 거지?”
“.......그래. 내가졌다.”
“근데 어째서 오지 않았던 거야? 어디 아프기라도 했던 거야?”
라며 그녀는 자신의 손을 내 이마에 올렸다. 갑자기 따뜻한 손의 감촉이 느껴져 조금 놀라긴 했지만 별 거 아니라서 나는 가만히 있었지만, 주변에서 원망의 눈길이 나에게 날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너희들의 그 마음, 내가 이해는 한다만 그건 너희들이 인연이 없다는 증거야.’
그들이 듣지 못하도록 마음속으로 말하면서 나는 그녀가 손을 땔 때까지 가만히 기다렸다. 곧 그녀는 손을 이마에서 때면서 말했다.
“음...열이 있는 건 아닌 것 같네.”
“당연하지. 얼굴이 멀쩡하잖아.”
“겉은 멀쩡하고 속은 엉망일 수도 있으니깐.”
그녀의 천진난만한 행동에 한 마디 해주려고 했던 나는 그녀가 웃으면서 말하자 그럴 마음이 날아가 버렸다. 비겁하다면 비겁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사실이 그런 걸 어쩌겠는가.
“같은 반이라면 빈자리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겠지? 그곳이 내 자리겠지 뭐.”
“응. 바로 내 앞자리야.”
‘아니, 나를 노려봐도 자리는 안 바꿔 주니까.’
내 자리가 그녀의 앞자리라는 것을 알게 된 교실 내 남성들은 살벌하게 나를 노려봤지만, 창가를 좋아하는 나에게 있어선 시라카와 코토리란 미소녀가 내 근처에 앉아 있다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예전 세계에서도 항상 창가에 자리를 잡았었고, 밖을 바라보면서 이것저것 생각하는 편이라 교수님에게 많이 혼났었지만, 그 습관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지금 내가 창가를 반가워하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난 내 자리로 돌아가서 창밖과 책상을 번갈아 보면서 말했다.
“창가란 말이지..... 명당이라서 다행이네.”
“어때? 내가 근처에 있어서 기쁘지 않아?”
“응? 어째서 그래야 하는 건데? 난 그저 창가가 좋을 뿐인데?”
“그래도 모르는 사람이 근처에 있는 것보단 좋지 않아?”
“글쎄다. 난 아웃......이 아니라 원래 혼자서 행동하는 타입이라.”
하마터면 예전 세계에서 쓰던 단어를 꺼낼 뻔했지만 재빨리 적당한 표현으로 바꿔서 대답했다. 내 말에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딱히 집요하게 물어볼 생각은 없어 보였다.
“아, 그리고 하나.”
“응?”
“성으로 부르는 건 썩 내키지 않으니까, 앞으로는 그냥 세이토라고 불러줘.”
아직 익숙하지가 않아서 나 자신이 ‘사쿠라이’라고 불리는 것은 조금 껄끄러웠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친한 사람들에게는 이름으로 불러달라고 부탁할 생각이다. 이쪽은 예전 그대로니 별로 위화감이 없을 테니까.
“음....그럼 나도 코토리라고 불러도 좋아.”
“응? 아니 너까지 그럴 필요는 없는데.”
“나만 이름으로 부르면 재미없잖아? 그러니까 시키는 대로 해.”
“뭐, 나야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저기 나를 노려보는 녀석들의 시선이 부담된다.’
내가 조건 없이 그녀를 이름으로 부를 수 있다는 것에 그들은 분노하고 있었다. 분위기만 봐도 그 정도는 알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앞으로 내가 고생을 좀 할 것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어휴.......집이나 이곳이나 편한 곳이 없군. 내가 뭘 잘못했다고 이러나...’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면서 나는 자리에 앉았다. 코토리도 나를 따라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우리들이 자리에 앉자 우리들을 보고 있던 학생들도 천천히 자신의 자리로 갔다.
수업은 평범했다. 비록 놀고먹는 대학생이었지만 나도 나름의 지식이 있었고 그것을 잃지 않고 이쪽 세계로 넘어왔기 때문에, 수업에서 뒤처지지 않았고 평소처럼 창밖을 보면서 이것저것 생각할 수 있었다. 생각이라고 해봤자 별 거 아닌 것들이지만 시간을 보내기엔 이것만큼 좋은 게 없다.
어느 덧 점심시간이 되었다.
그제야 나는 중요한 것을 하나 잊고 있었단 것을 깨달았다.
“아. 나 돈이 없지.”
그렇다. 난 아직까지도 사쿠라 씨에게서 돈을 받지 않았다. 모든 걸 사쿠라 씨가 준비해줬다 보니 신경을 안 쓰고 있었는데, 카자미 학원은 배식제가 아니라 도시락을 싸오든, 학생식당에서 식권을 사든, 매점에서 먹을 것을 사서 먹든, 자신의 사비로 해결해야만 했다.
“굶으면서 오후를 버틸 순 없고.... 어쩐다?”
사쿠라 씨나 오토메 누나를 찾아가는 건 포기했다. 그녀들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니 당연히 물어물어 가야할 테고, 그것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난 귀차니즘과 배고픔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묻는다면 귀차니즘이 더 중요하다고 대답하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민폐녀에게 도움을 요청해봤자 그녀석이 도와줄 리가 없고. 도움을 받고 싶은 생각도 없지만.
“음......역시 사쿠라 씨한테 가야하나...”
코토리는 선약이 있어서 교실에서 나간 지 오래다. 그녀의 도움을 받는 건 무리.
이대로 굶을 수도 없으니 남은 방법들 중에서 가장 속편한 선택지는 바로 사쿠라 씨에게 가서 돈을 받아오는 것. 타인에게 돈을 빌리는 건 내 성격에 맞지 않는다. 누가 공짜로 주면 또 모를까.
“...............”
사쿠라 씨에게 갈까 말까를 고민하면서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렸는데, 내 옆에서 가만히 나를 바라보는 여학생이 보였다.
“...............”
“................”
그녀는 롤 헤어를 하고 있었고 남색의 커다란 리본으로 새하얀 머리를 묶어두고 있었다. 키는 꽤 작아보여서 귀여움이 잘 느껴지는 어린 동물 같았다. 그리고 이런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그녀 또한 코토리나 오토메 누나에 뒤지지 않을 한 미모 하는 사람이었다. 조금 차가워 보이지만, 알고 보면 굉장히 따뜻한 사람일 것 같다. 어디까지나 내 생각일 뿐이지만.
나를 지긋이 보고 있는 그녀의 책상에는 연 파란색의 보자기에 싸인 무언가가 있었다. 크기나 형태로 보건데 저것은 도시락이다.
“..............”
“................”
나나 그녀나 서로를 쳐다볼 뿐, 말을 걸지는 않았다. 뭔가 저쪽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내 반응을 살피는 것 같아서 기분이 묘했다. 기다려 봐도 달라지는 건 없을 것 같아서 내가 먼저 말을 걸기로 생각하고 입을 열었다.
“.......할 말이라도 있나?”
“응? 별로 하고 싶은 말은 없는데.”
“아, 그래?”
“응.”
살짝 웃어 보이며 말하는 그녀의 모습이 썩 기분 좋지는 않았다. 왠지 모르게 나를 비웃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
“................”
“................”
그리고 또 다시 시작된 침묵. 솔직히 좀 거북하다. 이렇게 그녀를 보고만 있는 것으로 배가 부른다면 얼마든지 보고 있겠지만, 그렇지도 않으니 시간 낭비에 불과하다.
“....먹을래?”
“응?”
나를 가만히 보고 있던 그녀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멍하니 있던 난 그녀가 무슨 말을 했는지 듣지 못 했다.
“.....뭐라고?”
“먹을래?”
그녀는 자신의 책상에 있는 물건을 내 쪽으로 내밀면서 말했다. 저것이 먹을 것이란 건 확실 한 것 같다. 하지만 난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어째서? 그건 네 몫이 아니었나?”
“실수로 2인분을 싸버렸거든. 버릴 수도 없어서 일단 들고 오긴 했는데 어떻게 처리할 지 고민 중이었거든.”
“흠. 그렇단 말이지.....”
“마침 배는 고픈데 돈이 없어 보여서 너라면 먹어주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틀려?”
“아니, 일단 배도 고프고 돈도 없는 건 맞지만........”
“맞지만?”
내가 바로 받지 않자 그녀는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내가 바로 받아먹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는 눈치다. 물론 나도 배가 고프기 때문에 바로 받아서 먹고 싶지만....
“누군지도 모르는 나한테 어째서 이런 걸?”
“난 2인분을 먹을 만큼 많이 먹는 사람이 아니야. 돈 낭비도 하고 싶지 않으니 불우한 이웃을 도우려고 한 것뿐이야.”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 도시락을 내 쪽으로 내밀었고, 나는 일단 그것을 받기로 했다.
“고마워. 답례는 나중에 하지.”
“.........후훗.”
“...............”
순간 그녀가 사악해 보이는 미소를 지은 것 같다. 순간 흠칫했지만, 다시 보니 아까 전의 차가운 느낌이 조금 드는 표정이었다.
‘착각인가...?’
굶주림 때문에 잘못 본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나는 빨리 먹을 것을 달라고 소리치는 위를 위해서 서둘러 도시락의 뚜껑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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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붙을 하고 나면 한글이 안 쳐지는 딜레이 현상이.. ㄱ-
-세이토-